정부(금융위원회)가 경영권 지분 거래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 한다. 내용은 2024년부터 상장사의 경영권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될 때 해당 매수인은 소액주주 지분도 대주주와의 거래와 같은 조건으로 공개적으로 매입해 50%+1주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제도를 다시 시행하는 것을 환영한다.
대다수의 선진국 주식시장과 달리 우리 주식시장에는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주식시장의 저평가의 원인이 되어 왔다. 대주주들은 자신들의 지배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회사의 주가가 본질적 가치에 현저히 저평가 되어 거래되는 경우에도 방치하곤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제도는 이미 1997년 4월에 우리 주식시장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IMF금융위기를 거치는 국가비상상황에서 1998년 폐기되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하여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수월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지나고 2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 제도가 부활하지 않았다. 대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했고 기업인수합병을 주 수익으로 하는 증권사들도 이 제도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 되어 소액주주들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소액주주들이나 소액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이라도 나서서 부활을 요구해야 했는데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자회사 구조로 되어 있는 그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결국 20년이 넘게 방치되어 온 것이다.
나는 2011년 '성공하는 주식투자의 평범한 비밀'이라는 투자서를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우리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를 위하여 공개매수 의무화 제도의 부활을 주장하였다. 대주주 지분과 거래소의 시장가격 간의 이중가격을 허용하여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저평가의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이 제도가 부활한 것을 환영한다.
그런데 이번 공개매수의무화 제도는 크게 미흡한 것이다. 왜 지분율 50% + 1주의 상한을 두느냐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 30%를 인수한 자는 이제 20%+1주만 공개매수 하면 된다. 그런데 대주주간의 거래 가격이 매우 높다면 다른 소액주주들의 매수청구 물량이 50%에 달할 수 있고 이 경우 매수자는 매도청구 물량에 비례하여 매수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자기가 보유한 지분의 40% 밖에 팔 수 없게 된다. 대주주는 자기 지분을 모두 프리미엄을 받고 넘겼는데 소액 주주는 그 가격에 자기 지분의 40% 밖에 팔 수 없는 것이 공정한가? 만약 대주주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50%+1주를 거래한 경우라면 공개매수의 대상도 되지 않아 소액주주는 이 프리미엄 거래에 참여할 기회 자체가 아예 없게 된다. 이게 공정한가? 공개매수한도 50%+ 1주는 잘못된 것이다. 대주주간 거래 가격에 공개매수하되 그 상한을 두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폐기한지 25년이 되어서야 부활하면서 겨우 1997년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한도를 두었을까?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이 커져 M&A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는 대주주와 이런 거래를 중계하며 이익을 얻는 증권사, 회계법인, 사모펀드들의 임김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나 정책입안자들은 결국 이들과 한통속이다. 공정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선전하지만 디테일에 들어가면 미흡하기 그지없고 공정한 시장가치의 형성을 통한 사회적 이익이나 여전히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는 그리 관심사항도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공정한 시장, 공정한 사회와 한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