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70세에 가까운 어떤 여자 권사님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2차전지 관련 몇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 소개를 받은 유튜브를 보면서 2차전지 미래가 밝다고해서 투자했는데 걱정이 되어 잠이 안온다고 했다. 현재 상황을 물으니 자신의 경우는 그동안 이익이 났었다가 내려와 지금은 거의 매입한 가격 수준인데 뒤늦게 투자한 자기 주변의 지인들은 이미 2,30% 씩 손해가 나서 걱정이 태산이란다.
나는 그나마 아직 손실이 아니라면 천만다행이니 서둘러 매도하고 주식에 투자하지 마시라고 권유했다. 주가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하락할 위험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과 이 경우 노후의 생활이 크게 위험해진다는 점도 말씀드렸다. 그래도 이차전지 시장이 그렇게 커지고 전망이 밝다는 유튜브 등의 영향인지 전화를 끊지 못하셨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통화가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가 되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주가가 50% 정도 하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4분의 1이나 5분의 1까지 하락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사례는 너무 많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버블 시대의 종목들만이 아니라 2008년 이전에 급등했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같은 조선주, 중공업 주식들이 1/5 이하로 하락했고 심지어 구조조정을 면치 못했다. 초우량주에 속하는 SK텔레콤 같은 종목들도 기대감이 사라진 후에는 고점에서 1/4 이하로 하락했었다. 전세계의 모든 TV들이 브라운관에서 LCD로 교체되었지만 이 시장에서 1위 업체인 LG디스플레이 주가는 2005년경 크게 성장하는 시장규모에 대한 기대감으로 5만원 대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겨우 1/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차전지 그리고 양음극재 기업에 대한 우리 주식시장에서의 기대도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유명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너무 단순한 논리이고 전혀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확대만 언급하고 시장에서의 공급물량의 증가속도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었다. 마진율이 어느 정도 일정할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하에 시장이 앞으로 10배 커질테니 이런 시장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지말라는 식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면 이처럼 장미빛 시장 전망이 제시되는 곳에는 거의 반드시 과잉투자가 이루어졌다. 당연히 설비투자는 마진이 꺽어질 때까지 지속된다. 그나마 전기차 시장이 예상대로 계속 빠르게 성장해주면 다행이다. 만약 성장속도가 조금이라도 계획보다 늦추어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미 구축된 잉여 생산능력으로 인하여 단가하락은 불가피해지고 마진율 감소를 넘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실제로 너무 많았다. 지난 20년간 LG디스플레이 매출 증가율 추이와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시라. 전세계 브라운관 TV가 사라지고 LCD, OLED로 대체되었지만 기술을 중국업체들에게 따라 잡혔고 결국 시장을 내주었고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차전지와 양극재 시장에서의 우리 기업들의 기술우위를 이야기 하지만 그 격차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더 앞서 있고 우리나라 업체가 집중한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도 경쟁력 차이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방지법 등을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로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이미 중국기업들이 유럽 등에서 대규모 합작공장들을 만들고 있다. 결국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차전지 산업이 덜 매력적인 또하나의 이유는 구매처인 자동차 회사들의 가격교섭력이 강력해서 일반 소비재와 달리 높은 초과마진을 누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례로 테슬라는 자체 전지공장을 짓고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합작형태로 전지제조에 참여하고 있다. 초기에는 전지에 대한 초과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이후에는 심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고 부품이나 소재 시장은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궁극의 목표는 전지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차전지 회사들은 향후 이러한 압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차전지 관련주에 너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상장된 이차전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수백조 원에 이른다. 유튜브 2차전지 전문가들의 펌프질과 개인투자자들의 맹목적 과신의 결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투자자들은 소위 이차전지 대장주로 시가총액이 100억이 훨씬 넘는 LG에너지엔솔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중이 왜 5% 수준밖에 안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왜 LG그룹은 과거 LCD 사업을 LG전자에서 하지 않고 자회사로 분리해서 하고 지금 이차전지 사업을 LG화학이 직접하지 않고 자회사로 분리해서 추진하는지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시장도 크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업회사의 실적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하락하는 주가 자체가 주기적으로 매물을 불러올 것이고 결국 어느 테마주들과 마찬가지로 처절한 주가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통화 말미에 말씀 드렸다. "하락하다 반등하는 주가를 보고 미련을 가지면 안돼요. 사실 저희는 이미 이차전지 주가의 하락에 투자하고 있어요."